자위에도 역사가 있다고? MMTK가 알려주는 자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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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가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오나홀’이라는 단어. 오나홀은 자위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감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기구로서, 지금도 많은 남성분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자위행위를 하는 동안 자위를 왜 하는지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겼던 적은 없으신가요? 어쩌면 우리가 꽤나 자주 행하고 있을지 모를 이 행동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기 때문에 더욱 궁금해지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그 이유를 찾기 위한 첫걸음! ‘자위의 역사’라는 주제로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자연스러운 행위로서의 자위

글을 시작하기 앞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 질문 하나 해보겠습니다. 혹시 자위를 해본 적이 있나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해본 적 없다고 대답할 수 있는 분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텐가코리아에서 진행한 《한국 성인 남녀의 자위행위 실태 조사》에 대한 자위 경험 유무 조사에서 2020년 한국 성인 자위행위 경험률은 무려 77.3%였으며, 그중 남성의 경우 95.7%로 조사되었습니다. 그중 “자위행위는 자신의 신체에 대해 알아가는 자연스러운 일”에 대한 긍정의 답변이 54.9%라는 절반 이상의 수치를 보여 주는 만큼 자위라는 행위는 우리에게 있어 매우 자연스러운 행위일 수 있죠.

하지만 반대로 자위행위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거나,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45.1%라는 절반에 가까운 수치를 보인 것을 보면 자위행위에 시선이 꼭 긍정적이지는 않을 수 있는데요. 자연스러운 행위와 부정적인 시선. 이와 같이 자위에 대한 서로 다른 시선은 예로부터 꾸준히 내려오던 사고라는 것을 아시나요? 자위행위라는 존재는 오랜 과거엔 부도덕한 행위이거나, 숨겨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고, 나아가 신을 모독하고 자기 자신을 모독하는 행위라는 인식이 강했던 때가 있었죠. 우린 지금 이 순간에도 자위가 은밀한 행위인 건 맞지만, 행위 자체가 부정적 인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자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그 배경을 함께 알아보시죠.

자위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자위행위와 같은 ‘자기 자극 행위’는 인간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에게도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의학적으로 보면 자위행위는 ‘성적 발달을 위한 필수 과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건강한 성적 표현이죠. 건전한 성욕 해소 수단으로써 자위는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해소일 수 있는 행위가 언제부터 죄의식과 수치심으로 인식이 잡혔을까 하는 물음엔 시대적, 종교적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 중세 : 금기로서의 자위

시대적 문화에 있어 자위를 금기했던 사례는 이웃 나라 중국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월간 과학 잡지 동아사이언스에 따르면 옛 중국인들은 정액을 생명의 원천으로 중시했기 때문에 양기를 낭비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남성의 자위는 금기하였지만, 음기는 충분하다 여겼으므로 여자의 자위는 너그럽게 인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자위를 금기해야 하는 행위라 여겼던 종교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대목은 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창세기 38장 8~10절은 수혼제도에 도전한 ‘오난’의 이야기입니다. 수혼이란 남자가 자식 없이 죽으면 형제들이 의무적으로 고인의 아내와 성교하여 아이를 낳아 죽은 사람의 이름을 승계시키는 관습인데요. 유다는 맏아들 에르가 죽자 동생이 오난에게 형의 후손을 남기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그 씨가 자기 것이 되지 않을 줄 알고 오난은 형수와 동침할 때 바닥에 사정을 하였으며 그 결과로 결국 신의 노여움을 사 목숨을 잃게 되었죠. 자위를 표현하는 ‘오나니즘’(Onanism)의 어원은 여기서 따온 것입니다.

성행위의 목적은 종족 번식이 으뜸이고 쾌락은 버금 되어야 하는 전통적인 가르침과 오난의 행위는 전도되었다는 것인데요. 이 구절은 과거 가톨릭에서 자위를 죄악으로 간주하는 근거가 되었죠. 번식을 위한 성교만은 인정하는 종교적 이념에 따라 정액을 낭비하는 자위는 악마의 꾐으로 보았고 이런 종교적 금기는 과학자들의 뒷받침까지 받으며 자위는 해선 안 되는 행위로 간주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무엘 티소 : 자위는 만병의 근원이다.

이미지 출처:위키백과

대표적으로 스위스 의사 ‘사무엘 티소’가 1774년 펴낸 《오나니즘》에서는 1온스의 정액 낭비가 40온스 이상의 혈액 손실과 맞먹는다고 주장했죠. 자위를 많이 하면 두통, 암, 정신병, 불임 등에 걸린다는 겁나는 것들로 조장하는 책의 내용은 자위를 ‘만병의 근원’으로 치부하였고, 티소의 이런 주장은 19세기는 물론, 20세기 초까지 많은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러한 종교적 가르침, 과학자들의 다양한 뒷받침을 통해 자위를 해선 안 되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면서도 그 행위만큼은 꾸준히 이어져 왔으며 진화를 거듭하게 되었는지, 자위는 정자를 낭비하여 생식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들을 뚫고 현재엔 대부분의 남성이 하는 행위가 되었을까 생각해본 적 있나요? 이는 자위행위를 반대하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이 점차 ‘자위의 올바른 타당성’에 대한 의견들을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 근대 : 자연스러운 행위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그중 보수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크게 뒤바꾼 계기가 있었으니, 1948년 알프레드 킨제이가 펴낸 ‘남성의 성적 행동’이라는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에선 1950년대 보수적인 사회에서 혼외정사, 동성애, 자위, 매춘 등 파격적인 주제들에 대한 통계를 제시했는데, 그 통계치가 미국 사회를 경악하게 했죠.

킨제이의 일대기와 그의 연구 업적을 철저한 고증으로 취재·기록한 책 《킨제이와 20세기 성 연구》에 따르면, 킨제이는 록펠러 재단의 후원을 통해 남성 5,300명과 여성 5,94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보고서에선 미국 남성의 92%, 여성의 62%는 자위행위를 즐긴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고, 은밀한 성(性)이라는 존재가 낱낱이 모습으로 드러나 일대 문화적 사건이 되었습니다.

현재까지도 《킨제이 보고서》에 대한 오류는 이야기가 많지만, 스스로 성적 욕구를 해결하는 자위행위와 여성의 성적 욕구는 당연히 인정돼야 하고 인간의 성에 대한 수많은 다양성과 그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상’과 ‘비정상’이란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등의 킨제이의 주장은 지금 봐도 급진적이죠.

로빈 베이커 : 자위를 통해 오래된 정자를 배출한다.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자위의 타당성 외로도 순기능에 대해서 설명한 책도 등장했으니, 1996년 발행된 로빈 베이커의 《정자전쟁》에서 정자 경쟁 측면에서 분석한 자위의 기능에 대한 주장이었습니다. 로빈 베이커에 따르면 정자는 남자 생식기관에 저장되는 기간에 제한받으므로 사정될 때 오래된 정자부터 방출하고 싱싱한 정자는 보존하려 하는데 로빈 베이커는 우리의 신체는 자위와 섹스를 구별하여 각각의 사정 물질이 다르다는 것으로 늙은 정자는 자위를 통해 스스로 내보냄으로 섹스 시 보다 젊은 정자를 여성의 몸 안에 주입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말해 자위를 통해 늙은 정자를 내보낸 사정 직후 정자가 가장 싱싱한 정자이기 때문에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는다는 것이죠.

따라서 본능적인 종족 번식에 대한 우위를 점하려면 노쇠한 정자를 버리고 싱싱한 정자를 상비해야 하며, 먼 옛날 인류들이 생각해낸 방법 중 하나가 ‘자위’ 일 수 있다는 것. 확실한 건 자위란 낡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받아들이는 ‘에너지 순환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건강하고 즐겁게 누리는 성과 자위

자위를 해선 안 되는 행위라는 인식에서 사람에게 필요한 순환 구조라는 인식으로 변화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낙이 따라오듯이, 현재의 우리는 자위라는 즐거움을 그 어느 때보다 마음껏 즐기게 되었으며 나아가 그저 손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만족감을 주기 위해 여러 형태의 방법으로 행하기도 하는 ‘축제의 장’ 이 진행 중이죠. 주위를 돌아봐도 숨기거나 금기시했던 과거에 비해 자위행위, 그리고 성(性)에 대한 인식은 많이 개방되고 자유로워졌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 남성의 씨앗을 땅바닥에 뿌려 신의 노여움을 살 일도, 자위를 통해 질병을 얻게 된다고 믿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오늘 MMTK와 이야기 나눈 여러분이 생각하는 ‘자위행위’는 어떤 존재인가요? 오늘의 MMTK 글은 끝이 나지만 여러분께 누구나 건강하고 즐겁게 누릴 성과 자위라는 존재가 함께하는 올바른 섹슈얼 웰니스 라이프가 계속되길 희망합니다.


※ 참고 문헌

– Robin Baker, Sperm Wars, 1996.

– Samuel Auguste André David Tissot, 「Onanism」, 1760.

– 곽대희, “근로자를 위한 성지식(1)-자위행위에 관하여” 産業과 保健 1.1 (1977): 41-41.

– 한국건강관리협회, “자위와 조루” 건강소식 25.1 (2001): 24-25.

– 과학과지성, “정자전쟁의 무기를 만든다” 한겨례21, 2001.06.30

– 조규선, “[성 클리닉] 1, 자위행위” 중앙일보, 2000.08.24

– TENGA KOREA, “2020 TENGA 자위행위 실태조사”, 2020

– 강김아리, “내숭의 시대’ 발가벗긴 킨제이의 모든 것”, 한겨례, 201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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