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자위행위 실태조사 결과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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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텐가 코리아에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성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자위’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매년 대한민국 성생활 실태조사를 진행한 이래, 올해로 4년 차가 되는데요. ‘성’에 대한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을 위해 설문조사 결과를 보기 쉽게 인포그래픽 화하여 여러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공유해 왔습니다. 2017~2019년도까지는 매년 5월, 세계 자위의 달을 맞이하여 자위행위 실태조사에 대한 결과를 공유해왔는데 2020년에는 코로나와 같은 국내외 이슈로 인해 일정이 연기되어 9월, 그 결과가 완성되었습니다.



5월 7일은 세계 자위의 날

잠시 여기에서 드는 의문, “왜 5월이 세계 자위의 달이 되었을까?” 본격적으로 자위행위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하기에 앞서 5월이 세계 자위의 달로 지정된 배경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1990년대 미국, 불과 30여 년 전이지만 지금보다  과거 미국 사회의 여성과 흑인의 사회적 지위는 크게 높지 않았습니다. 흑인 여성인 조이슬린 앨더스 박사는 당시 미국의 공중 위생국장직을 맡고 있었는데 그녀가 유엔 에이즈 세미나에서 한 연설에서 “자위행위는 성생활의 일부이며, 교육에 포함되어야 한다.”라는 발언으로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보수적이었던 미국 사회에서 앨더스 박사의 이 발언은 본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슈화되었고, 결국 그녀는 해임됩니다. 이를 지켜본 미국의 유명 셀프플레저 업체(굿 바이브레이션즈)에서는 앨더스 박사를 지지하며 그녀의 명예와 자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5월 7일을 ‘자위의 날’로 지정합니다. 5월(MAY)의 영어 철자와 자위(Masturbation)의 첫 글자가 동일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처음 성에 눈뜨는 것과 연관 지었다고 하는데요. 이후, ‘자위의 날’은 점차 규모가 커져 세계 자위의 달로 발전하기에 이릅니다. 앨더스 박사가 계시지 않았다면 아직도 우리는 자위를 죄악시하고 해서는 안 되는 행위로 규정짓고 있지 않았을까요?

비록 세계 자위의 달은 지났지만 늦어진 만큼 더욱더 알차고 흥미로운 메시지를 담고 있는 2020년 자위행위 실태조사를 공개합니다.



2020년 TENGA 자위행위 실태조사 결과

2020년에는 종합 리서치 컨설팅사 리서치팩토리에 의뢰해 ‘대한민국 성인남녀 자위행위 실태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자위의 달인 5월과 연결하여 진행하려 했으나 코로나 등 국내 이슈로 인해 연기되어 마침내 9월, 더 알찬 내용 구성으로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자위행위 실태조사’는 자위행위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국내의 만 18~54세까지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자위행위 실태조사 전문 확인하기 : http://www.selfpleasurereport.com/


자위 경험 유무와 자위 빈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한국 성인 남녀의 77.3%가 자위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 중, 남성은 95.7%, 여성은 56.6%였으며 해당 비율은 2018년, 2019년과 비슷합니다. 자위 빈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자위행위를 하는 비율이 49.8%이며, 그중 남성이 63.3%, 여성이 24.1%였습니다.


자위행위를 하는 이유

자위하는 이유에 대해서 남녀 66.4%가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답했으며, 성적 즐거움을 위해(33.6%), 휴식을 취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23.3%), 내 몸의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14%) 라는 이유가 그 뒤를 따랐습니다. 흥미롭게도 파트너가 없어서(13.5%), 파트너가 성관계를 원하지 않아서(4.4)와 같이 파트너의 부재로 인해 자위한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17.9%에 불과했는데, 이는 자위행위가 성관계의 대체 행위라는 인식이 아닌, 즐거움을 주는 행위 자체로서 자위를 즐긴다고 생각하는 성인의 비율이 더 높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성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인식

대화에 있어서 자위행위나 성관계, 성인용품 등의 카테고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대체로 불편하지만 배우자,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편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습니다. 친밀한 관계라는 전제하에서도 ‘성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편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9.5%였으나, ‘자위행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편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9.2%로 20.3%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2017년 한국 사회에서 자위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88%가 어렵거나 불편하다고 답했던 것과 비교하면 점점 한국 사회의 자위에 대한 인식이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자위행위에 대한 인식

자위행위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비율이 40.8%, 자위행위가 자신의 신체에 대해 알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4.9%입니다. 2017년에도 동일한 문항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었는데,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7년(41%)과 비슷한 추이를 보이며, 자위는 자신의 신체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답한 비율은 2017년(45%)에서 약 9.9% 증가했습니다. 일상생활에 있어서 기분, 건강, 에너지, 생산성, 성적 관계, 자신감 등의 세부 항목에 대하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비율이 모두 절반을 넘었다는 사실을 통해 자위행위 자체가 긍정적이며 일상생활에도 다양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했듯이 자위에 대한 대화는 불편하지만, 대부분의 성인이 자위행위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도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일상생활 만족도와 자위행위의 관계

일상생활 만족도와 자위행위의 관계에 있어서 자위행위 경험자는 비 경험자에 비해  일상생활에서의 만족도가 높은 편으로, 이 패턴은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일상생활 만족도와도 매우 유사했습니다. 성생활 만족도 역시, 주 1회 이상 자위행위를 한다(385명) / 월 1회 이상 자위행위를 한다(202명) 두 집단을 비교해보았을 때, 성관계와 오르가즘의 질과 빈도, 지속 시간에 있어서 주 1회 이상 자위행위를 즐기는 집단이 더 높은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나아가, 성인용품을 사용해본 사람은 성관계와 오르가즘 모두 높은 만족도를 보입니다. 이는 2019년 설문조사 결과와 다르지 않은데, 2019년 성인용품 사용자의 성생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자위할 때의 만족도와 전반적인 오르가즘 만족도는 성인용품 사용자가 미사용자보다 16%p 높은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2020년 더 세부적인 확인을 위해 성인용품 사용 경험 여부에 따라 두 집단을 나누고 성관계 / 오르가즘에 대한 만족도를 비교한 결과, 성인용품 사용 경험이 있는 집단에서 전체적으로 더 높은 만족도를 보입니다. 올해 자위행위 실태조사에서는 성과 자위행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자위행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결과가 매우 흥미로운데요. 자위행위 실태조사와 같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한국 사회가 ‘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열린 자세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변화하길 바랍니다. 


‘성’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TV 선전으로는 볼 수 없었던 피임약 광고가 지금은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3대 욕구(식욕, 성욕, 수면욕)에 있어서 현대 사회는 특히 성욕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 위해 우리는 미슐랭 가이드에 실린 레스토랑에 가고, 유튜브와 매스컴에는 먹방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의 질 좋은 수면을 위해 인체공학적인 베개와 침대 설계, 뇌파를 안정시켜주는 음악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우리는 성욕에 대해서 좀 더 솔직하지 못하고 나의 몸을 알아가는 자연스러운 행위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조금이라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텐가 코리아에서는 이와 같은 인식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히고 자신의 몸을 더 잘 알아가기 위한 건강한 성 문화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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